7월 30일 ~ 31일.. 1박 2일간 목적지 없는, 하지만 남쪽 해안일대를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어디서 숙박을 할지.. 어디를 구경할지... 그냥 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없다..
세상에 어떤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시작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일도 있기때문이다..
어떤 정해진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는 대부분의 인생에.. 이런 목적지 없이 현재 과정에만 충실하지만, 방향을 가진 여행계획이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줄것인가를 알기 위해서.. 이런 여행을 선택해봤다..
남해(南海) 일대를 여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최대로 갈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 남서쪽의 끝.. 주어진 시간은 1박 2일.. 어디하나 예약을 해놓은 상태는 아니고, 순수하게 순간적인 내 마음이 끌리는 곳.. 끌리는 길.. 그리고 우연이라는 행복을 느껴보기로 했다...
시작은 이랬다..
7월 30일 오전 7시경에 기상을 해서.. 짐을 대충 챙겨 집을 나선 시각이 대략 7시 45분쯤...
카메라 하나와 여유분의 옷 한두벌.. 여름 필수 아이템.. 썬글라스와 물 두병.. 네비게이션은 치워버렸다. 대신에 아이패드에 지도를 펼쳐뒀다..
이동한 경로는 아래와 같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경로는 7월 30일 이동한 경로이고, 총 운전시간만 10시간이다. (고속도로 + 대부분 국도 이용)
파란색으로 표시한 경로는 7월 31일 이동한 경로이고, 총 운전시간은 3시간 30분 가량된다.(고속도로만 이용)
일단 방향은 남쪽으로..
동대구 IC에서 고속도로를 탔다.. 그리고 청도를 지나 남밀양IC에서 내렸다.. 계획된건 없었다.. 국도든 고속도로든...
지도상에서 남밀양에서 다시 서쪽으로 어떻게든 쭉 가면 남서쪽 끝으로 갈 수 있을듯 했다...
남밀양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네비게이션이 없으니 생각보다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네비게이션에 얼마나 의존하면서 운전을 하는지 느낄수 있었다.
밀양에서 창원으로... 창원시내를 두바퀴나 돌고서야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창원 시내를 빠져나오니.. 시외로 나가는 길이 보인다..
최대한 해안쪽 도로를 달리다가 만난 조용한 어느 마을..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날씨가 무척이나 더워서 10분도 채 밖에 서있지를 못했다...
이때 딱 느꼈지.. 폭염 특보가 내릴정도의 무더위가 올때는 여행가면 안되겠다...
사실, 이후에 이어지는 여행또한 별것이 없었다.. 더위탓에 차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웠고.. 햇볕을 직접 받는 바닷가보다는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는 산이, 이 더운 여름에는 더 낫겠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편의점에 들렀다가 사장님이 여행객임을 알아보시고 여수시민에게만 주어지는 초청권을 하나 주셨다...
여수 밤바다는 아니지만, 아침일찍 일어나 여수 앞바다를 보러 나왔다..
엑스포에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래서.. 가려다가 돌아왔다..
돌산에서 배를타고 오동도에 가려고 했는데...
배가 엑스포 선착장에 선다.. 망설이다가 엑스포에 내렸는데..
역시나... 사람과 더위에 들어가자마자 포기하고 돌아섰다..
여수에서 일몰.. 여기도 여수 어느 조용한 마을로 들어가서 본 것인데...
생각보다 참 좋다... 이래봐야 여수 엑스포 행사장과 15km 정도 떨어진 곳..
돌산 전망대라던가...
엑스포 행사장에 사람들 줄 서있는거 보고 뒤돌아 서다..
여행을 마치고...
좋은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으나.. 이번 여행은 유례없는 폭염과 익숙치 않은 전라도 길과 남해 해안...
일몰을 볼때를 제외하곤 이번 여행은 실패로 기억될 것 같다...
국도 여행은 그 여행만으로 묘미가 있는것 같다..
길을 가다가 만나는 알려지지 않은 곳의 발견, 사람들이 찾지 않은 조용하고 깨끗한 곳...
묘미를 말하자면, '우연과 발견' 일지도...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앞만보고 달려가는 것과는 다르게, 길 중간중간의 이정표와 풍경, 지나치는 쉼터 하나하나가 그 상황에서는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앞차의 뒷모습만 바라보면서 달리고... 네비게이션의 안내, 시속 100km이상의 속도... 똑똑하고 뚜렷한 목표가 있는 사람과, 오르락 내리락, 신호도 받아야하고.. 길을 가는 중간중간에 이정표가 나올때마다, 갈림길이 나올때마다 선택을 해야하고.. 속도도 줄였다 높였다가... 네이게이션은 없고... 뚜렷한 목표는 정하지 않았지만, 방향은 잃지 않고, 남들이 잘 닦아놓은 길보다 좁은 길을 통해 휴가를 보내기에 좋은 한적하고 깨끗한 곳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
여행을 하는 두가지의 방법과 세상을 살아가는 두가지 분류의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어느것이 좋다 나쁘다 판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 도중에 만난 풍경이 좋은 곳을 떠올려보면, 위험을 감수한 모험가의 자세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가보고 잘 닦인 길은 언제든지 빨리 그 길에 몸을 올려서 달릴수 있다.. 하지만,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 그 길에서 만난 기분좋은 풍경들은 나만이 느꼈고.. 아주 적은 사람들만 아는 곳이기 때문에, 분면 나에게는 좋은 경험과 재산을 얻은 것같은 느낌이랄까...
다시 한번 내 삶의 자세를 어떻게 가져야 올바른가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것같다..
그리고, 다음 도전에 대한 동기부여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실패를 해 본 사람만이 처절함을 알고, 무엇을 가져야 하고,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길을 선택하면 안되는지 안다.. 다른 사람을 좀더 나은 길로 안내할 수 있다..
운전하다 조용한 도로 옆.. 쉼터에서 셀카를..
이런 길...
여수에서 배를 타고... 돌산도-엑스포-오동도-돌산도 코스(중간에 내려서 놀다가 다음 배를 타도 됨)
길을 가다만난 어느 시골 분교..
동네가 참 아름답고.. 논 바로 앞이 바다..
일몰과 함께.. 사진 잘 찍으면 정말 이쁘게 잘 나올 곳...
여수에서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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