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지는 않았었다. 날씨도 겨울이거니와 제주도에서 좋은 사진을 많이 찍고 잠시나마 휴식을 가지자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었다. 그런데, 출발 이틀전에 자전거 일주를 한번 해 보는것도 괜찮을것 같아서, 결심을 하고 부랴부랴 인터넷으로 자전거 일주관련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녀와서 느낀것이지만,
생각만큼 자전거 일주는 낭만적이지 않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운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일단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겨울의 끝, 2월에 제주도에서 자전거로 여행을 하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것 같은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렌터카를 이용하여 관광한 간단한 후기도 포함하여..
1. 출발전 계획 세우기
- 일정 : 2013년 2월 19일 ~ 2월 23일 (4박 5일)
- 테마 : 자전거 일주 여행 + 사진
- 중요한 준비물 : 털모자(캡없고 귀까지 덮을 수 있는), 장갑(너무 두꺼운것 말고), 상하의 여벌 옷, 넥워머 또는 멀티스카프(필수!)
- 나머지 준비물 : 백팩 하나에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짐으로 줄이고, 수건은 하나정도만 있으면 되고 양말도 이틀에 하나정도의 갯수만으로 최소화한다. 수건의 경우는 게스트하우스 또는 모텔에서 대부분 주기 때문에 따로 챙길 필요는 없다. 양말은 자기전에 빨아서 사용한다.
- 숙소예약 : 자전거 여행의 경우 숙소는 가능하면 잡지 않는것이 좋다. 왜냐하면 체력이나 일정에 따라 생각만큼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더 갈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때문에, 현지에서 이동하다가 인근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는게 낫다. 그리고, 2월은 비수기라 방도 충분히 많다.
- 자전거 예약 :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제주공항 부근 자전거 대여점이 상당히 많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을 하게되면 제주도에 도착했을때 픽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일부 대여점의 경우에만) 그리고, 자전거 모델을 미리 확인하고 가는것도 좋다. 좋지 않은 모델은 무겁고 불편하다.
- 여행 예산 : 게스트하우스(1만~2만5천/1박), 자전거(8천~2만/1일), 모텔(2만5천~4만/1박)
계획은 이 정도로만 세우자. 너무 타이트한 계획은 정신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여러가지 상황때문에 계획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본인도 그랬으니.. 위 사항에 대한 본인의 계획을 소개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아래에 하겠다.
[여행팁]
(1) 자전거 주행 기록 앱(트립 컴퓨터) : Tranggle GPS (트랭글 GPS)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달려온 거리, 시간, 평균속도, 지도상 위치, 고도등.. 이런 정보들을 기록해보면 체력을 보고 다음날 계획을 좀더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고, 여행이 끝난뒤에 어떻게 여행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다른 트립 컴퓨팅 앱이나 GPS 트래킹관련 앱은 많이 있으니 더 좋은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앱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평가나 사용자가 많은것 같아서 사용해봤다.
<트랭글 앱 실행화면>
앱에서 굳이 회원을 가입하거나 로그인 하지 않아도 기록이 가능하다. 어플을 실행하고 단지 '실행'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기록은 시작된다. GPS를 켜두는 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아래의 네비게이션과 동시에 실행해도 관계없이 잘 기록이 된다.
(2) 네비게이션 앱 : T-Map (티맵)
SK 유저만 사용할 수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본인이 사용한 앱. 주행중에 길을 잘못들 수 있기때문에(특히 시내에서) 이 앱은 시내를 통과할때는 필요할 것이다. 시내를 통과하면 크게 사용할 일은 없지만, 종종 갈림길에서 빠른길을 알려주기 떄문에 유용하긴하다. 단지, 차량 네비게이션이라 운전을 위한 단거리이지,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도로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짧은 거리이지만 경사가 급한 도로는 자전거를 타기에 힘들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주행중에는 화면을 볼 필요는 없다. 이어폰을 끼고 음성으로만 들어도 충분하다.
<티맵 실행 초기화면>
(3) 구글맵
이 앱은 현재 위치확인과 여행 도중에 목적지를 변경하거나 하는 지도를 봐야 할 때, 그리고 부가적인 기능으로 목적지까지와의 고도, 거리정보를 잘 보여주기 때문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는 어플이다. 일반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어플일지도 모르겠지만, 자건거 여행중에는 적어도 열번이상 실행해 보게되는 어플이다. 안드로이드에 기본적으로 설치된 어플이다.
<구글 지도 어플, 거리측정 및 경로의 고도 측정 옵션을 통한 정보확인>
2. 일정
즐거운 여행의 조건은 두가지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경험. 두번째는 만남. 이 두가지가 채워질 수 있는 여행은 즐거울 것이라 생각한다. 경험이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에 나를 올려두고 때로는 계획적으로, 때로는 즉흥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새로운 문화, 장소에 대한 경험은, 어떤 여행정보 잡지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배우는 것 이상을 느끼게 해준다. 여행중에 보고 듣고 느끼게 되는것을 지식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컴퓨터에 앞에 앉아서 검색해보길..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이 있다. 하지만, 일주일만 지나면 기억조차도 나지 않을 것이다.
만남은, 사람과의 만남을 말한다. 가능하면 혼자 여행을 하지 말기를 난 권하고 싶다. 본인도 혼자 여행을 조금 해봐서 그 느낌을 안다. 무척이나 외롭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현지의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기를 권하고 싶다. 뜻밖의 좋은 인연을 만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를 하고 싶은 사람은 최소 2박3일의 일정을 잡기를 권한다. 3일이면 20대의 일반적인 체력의 남자가 일주하기에 빠듯한 일정일 것이다. 자전거 대여점에 사장님이 젊은 남자들이 하루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40~80Km정도라고 한다. 기후조건이나 도로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따라서,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최소 3일을 잡기를 권장하며, 그러면 하루 이동거리를 평균 70km로 잡아야 한다. 해안도로를 타지않고 일반 도로를 따라 주행한다면 총 거리가 220km정도 라고하니, 3일동안 하루에 8시간, 평균 70km는 가야 겨우 도착한다는 소리다. 정리하자면, 완주를 목표로 한다면 최소 3일을 잡자.
3. 테마
여행에는 나름의 테마가 있을듯 하다. 본인은 '자전거 여행과 사진'이었다. 결국에는 이 두가지를 하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완전히 하지는 못했다.
참고로, 자전거 일주라면 일주중에 박물관이나 전시장에 들러 관광을 하겠다는 계획은 아예 접는것이 좋다. 대부분 도로에서 적어도 1~2km는 오르막길로 올라가야 있다. 힘들어서 못간다. 도중에는 포기하고, 차라리 완주후에 하루 날잡아서 박물관이나 전시장, 관광지를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권장한다.
사진을 찍기를 원하는 사람이면 미리 촬영 장소와 포인트를 알고 가면 좋지만, 사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기가 참 쉽지 않다.
4. 중요한 준비물
제주도는 섬이니 만큼 바람과 기후가 금방금방 변화한다. 본인도 가기전날 일기예보와 현장에 도착했을때 날씨는 완전 반대였다. 제주도에 눈이 그렇게 많이 왔을줄 기상청도 몰랐나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하여 우비, 바람과 추위에 대비한 넥워머, 털모자, 추운겨울에도 자전거를 타면 땀이 나니, 여벌의 속옷이나 티셔츠는 충분히 준비한다. 그리고, 비상약으로는 물파스정도. 오랫동안 무리해서 타다보면 근육통이 올 수도 있으니..
5. 나머지 준비물
나머지 준비물은 여벌의 옷과 같은 개인적인 짐들이다. 자전거를 타려면 짐은 가능하면 많이 줄이는 것이 좋다. 실제로 많은 짐이 필요하지는 않다. 특히 수건. 본인은 3장을 준비해갔지만, 사용할 일이 없었다. 대부분 숙소에서 제공된다. 짐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자전거를 탈때 얼마나 편하게 돌아다니느냐와 관계있으니 줄여야 한다. 세계 170여개국 이상을 여행했다던 한비야씨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져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물건은 빼라."..
6. 숙소예약
자전거 여행이라면 숙소는 예약하지 말자.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알수가 없다. 본인의 경험상 제주도의 2월 날씨는 한 낮에는 8~10도의 따뜻한 날씨에 찬 바람이 분다. 하지만, 해가 질 무렵에는 지역에따라 다르겠지만, 0도 가까지 떨어진다. 따라서 숙소는 주행 도중에 오후 4시 반 ~ 5시쯤에 중간에 쉬면서 지도를 보고 1시간 후 도착위치쯤에 전화로 확인하고 가는것이 좋다. 제주도라고 바가지를 씌워서 비싸게 받고 그러지는 않는것 같다. 그리고, 운영하시는 주인분들도 다들 좋고, 곳에 따라 아침을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게스트하우스의 좋은 점은 비슷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같은 방에서 머무르는 사람들끼리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여행정보를 주고 받을 수도 있고, 때에따라 여행이 끝난후에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연락을 유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7. 자전거 예약
자전거는 사전에 예약하자. 왜냐하면 사전에 예약하면 공항 픽업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 뭐 그렇다고 꼭 그것때문에 그런것은 아니고, 대부분 공항에서 5km내외에 대여점이 위치한다. 걸어서가도 30분이면 도달한다. 그 시간마저 아끼기 위해서 가능하면 예약하는 것이다.
본인이 예약한 지점은 '타발로하이킹'이라는 곳인데, 인터넷에서 예약이 가능하고 친절하다는 소문이 많아서 예약을 했다. 예약을 할 당시에 4박5일 일정을 모두 자전거로 소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때문에 5일 일정을 예약했지만, 결국 체력이 3일밖에 못버텨줘서 3일후에 반납을 하고, 남은 이틀에 대한 대여료는 환불 받았다. 이 경험으로 자전거를 대여할 때 주의사항을 알려주겠다.
<자전거 대여 주의사항>
- 대여일 수 주의. 렌터카 대여처럼 1일이 24시간으로 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정까지를 1일로 본다. 예를들어 아침 9시에 빌려서 다음날 아침 9시에 반납하려고 한다면 2일을 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여일 수는 잘 계산해야 한다.
- 중도 반납은 환불 불가. 3일을 빌렸는데, 하루만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반납을 한다면 환불이 불가하다고 한다.(사장님 왈) 하지만, 말을 잘하면 경우에 따라 환불이 가능하다. 본인도 5일 대여하고 3일차에 반납하고 2일치 환불을 받았다. 괜한 대여점과의 말다툼해서 즐거운 여행 망치지 말고, 대여시에 잘 판단해서 대여일수는 결정하는 것이 좋다.
- 생각보다 불편하다. 일주를 한다면 하루에 7~8시간동안 자전거를 탈 것이다. 무릎이 아픈것은 당연하고, 엉덩이가 무릎만큼 아프다. 안장의 높이, 쿠션정도가 내 몸에 맞지 않고, 제 기능을 못하는 서스펜션 때문에 불편하다. 무엇보다, 서스펜션은 최악이어서 주행중에 발생하는 진동과 충격이 온몸으로 바로 전달된다. 우리가 차를 타도 울퉁불퉁한 노면을 잘 흡수하면서 진동없이 가길 원하는 것처럼, 자전거의 서스펜션도 스프링과 댐퍼가 어느정도 역할을 잘 해주어야 하지만, 내가 빌린것만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노면의 거친정도가 그대로 온 몸에 전달될 정도니.. 피로도가 그만큼 가중된다.. 8시간 타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따라서, 자전거를 고를때는 직접 타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8. 여행 예산
예산은 충분할 수록 편하게 지낼 수 있지만, 자전거 여행하는 하는 사람이라면 렌터카에 호텔에서 묵을 예정인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움직일 것이다. 2박 3일의 자전거 일주 코스라고 한다면, 항공비와 식비를 제외하면 자전거 30,000원, 게스트하우스 숙박비 약35,000원.. 이게 전부이다. 식비는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고, 항공비도 요즘 워낙 저가 항공이나, 할인 쿠폰이 많으니...
본인은 4박 5일 코스에 여러가지 변수가 발생해서 원래 계획과 조금 멀어지긴 했는데, 2박3일 자전거 여행, 1박 2일 렌터카를 이용하고, 게스트하우스와 게스트텔, 모텔들을 이용해서 돈이 생각보다 더 많이 들어가서 식비같은 모든 비용을 다 포함해서 약 30만원이 소요되었다.
9. 정리
출발전에 확인하면 좋은것을 위에서 정리해봤다. 본인도 처음에는 생각도 못했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여 일주에는 실패했지만, 약 3일동안 150km를 달렸다. 정말 아픈 엉덩이를 참아가며 땅만보며 달렸던것 같다. 자전거 여행.. 낭만은 없다. 내리막길에서는 위험하고, 생각보다 오르막길은 힘들다.
아무튼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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