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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생각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과 성공의 정도는 비례하는가?




내가 대학원에 있을때, 가장 못마땅 했던것은 하루종일 연구실에 앉아서 실험과 연구와 공부를 해야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절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것을 100%하지는 못했지만, 점점 그 중심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면, 결과야 어떻게 됐든 뿌듯한 느낌때문이라도 연구실에 오래 앉아 있으려고 스스로 노력했기때문에...
내가 가장 못마땅했던것은 내 스승이 될 사람은 자신이 이끌어야 할 연구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뿐더러, 연구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난 그때서야 느꼈다. 좋은 대학에 해외파에 남부럽지 않은 엘리트코스를 밟은 사람들이 모두 연구에 열정이 있는건 아니구나라는 것을.. 많이 아는 사람과 배울점이 많은 사람은 다른것을... 한때 스승이었던 사람은 이제 내 기억엔 없다. 그저 내 졸업논문에 도장찍어주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린것이다. 결론적으로, 논문의 질은 남들에게 보여주기가 껄끄러울 정도였다. 하루에 밥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책상앞에만 앉아있었는데, 논문에 결과로 들어갈 실험은 실패로 끝났고, 그 때문에 나와줘야 될 실험데이터들은 많이 축소되었다. 맨날 책상에 앉아서 골머리싸면서 했지만, 실패로 끝난 이유를 난 지금 내 노력의 부족과 효과적인 연구 시스템의 부재로 판단했다. 물론 스승의 지도따윈 없었다.

대학원을 나와서 첫 회사에 취업했을때도 그렇다. 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일부러 중소기업을 찾아들어갔고, 반의무적(?) 야근을 해왔지만 나름 즐거웠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였기 때문에.. 하지만, 1년쯤지나니 왠만한 일은 손에 익고, 요령도 생겼다. 그때부터는 대부분 똑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휴일에도 회사에 나가는 일은 다반사였고, 밤을 새는일도, 야근은 기본적으로 11시까지는 해줘야 밥값한다고 한다. 야근수당? 그런건 없었다. 아마 수당 다 받았으면 부자됐겠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고 회사를 나왔는데, 몇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회사는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리고 내가 재직당시에 일했던 동료들은 모두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가장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것이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재고관리 시스템, 업무절차 시스템,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등등... 내가 입사할 당시에는 그런것이 필요한것 조차 몰랐는데, 1년동안 그것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꼈다. 회사 창업 10년이 넘은회사지만 어느것하나 자리잡은 시스템은 거의 없었다. 회사는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기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될것이 업무의 효율성일텐데, 사원들의 반복되는 업무가 많다는 이야기는 뭔가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있다는 말이 될것이다. 즉, 백날 책상에 앉아서 밤새며 일을 해도 별로 진전되는 것은 없다. 100%달성은 커녕 110%달성은 불가능한 일이될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돌고돌아 지금 다시 대학원으로 왔는데, 다른 학교라 하지만 어떠한 효율적인 시스템은 없다. 사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미 학교의 연구수준은 기업수준을 따라가지 못한다. 학교는 논문쓰는곳이 되어버렸다. 뭐 새로운 아이디어는 별로 없다. 단적으로 말해, 온갖 이론들을 꼬고 꼬아 시뮬레이션하곤 논문으로 내고 논문실적으로 보고하면 끝이다.
학생들은 이상하게도 맨날 밤을 샌다. 공부나 연구에 굉장한 열의가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런건 아니다. 이들도 내가 중소기업에 있을때처럼 반의무적으로 연구실에 불을 켜고 남아있다. 연구는 하다말다 하다말다.. (뭐 밤새도록 연구하는 이도 있지만..) 서로간에 연구내용에 대한 의견공유가 잘 되지않아, 과거에 했던 작업을 또다시 엎고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엎고,.. 밤을 새면 낮에 졸고.. 과제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또 밤새고, 참여하지 않아도 도와준답시고 또 같이 밤새고... 나의 지난 경험으로 봤을때, 학생들이 프로젝트 스케쥴을 관리할 줄알고, 연구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고, 그런 아이디어나 지식을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춰져 있다면 밤샐일은 생기지 않을듯 한데.. 좀 많이 안타깝다...


이런저런 경험으로 비춰봤을때,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과 성공의 정도와는 크게 연관이 없는것 같다. 일의 계획과 단순반복작업의 자동화와 같은, 일을 할때의 효율성, 타인과의 의견 공유 및 지식관리, 그리고 깨어있을때 일을 집중해서 처리하는 능력정도만 갖춘다면... 꽤 괜찮은 연구결과, 좋은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오늘도 이런저런 마음에 안드는 것때문에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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