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Etc.)

중소기업의 사업전환, 그 필요성과 전략은?

중소기업 사업 전환 왜 필요할까?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3월 ‘장수기업에서 배우는 지속성장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634개 비금융계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평균 수명을 제시했는데, 우리나라 상장사 평균연령은 32.9세, 코스닥 기업은 16.7세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청이 2004년 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창업 후 10년이 채 안 된 기업이 55%가 넘고, 중소 제조기업의 10년 생존율이 25%에 불과한 것이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가 충격을 주는 이유는 기업 수명과 경영 실적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설립 10년 미만 기업의 순이익률은 5.9%로 높은 수준이며 이후 가장 낮아졌다가 30년을 넘겨야 반등하는 ‘스마일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을 ‘기업이 장수할수록 경영성과가 좋은 것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 체질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필요성 _ 사업 전환은 중소기업의 생존전략
1980년 설립돼 대기업 틈에서도 사반세기에 가깝게 업계 1~2위를 지키던 중견기업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충격을 금치 못했다. 삼보컴퓨터는 적절한 때에 사업 전환을 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세계적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PC 시장의 흐름과 개인 사용자와 노트북 위주로 변하는 추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삼보컴퓨터는 시장을 선도하며 새로운 품목을 추가하고 업종을 전환하기보다 제살 깎아 먹기식 저가 정책을 펴다가 중국과 대만산 PC의 공세에 무릎을 꿇었다. 또한 적자 사업인 두루넷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를 놓치고 5천억 원대의 자금을 쏟아 부은 것도 원인이었다.
FTA, 기술발전, 글로벌화가 계속되면서 중국, 인도 같은 후발 나라과 경쟁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변화를 극복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더는 수명을 보장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2005년 한국은행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계기업 변화추이가 1990년 14.7%에서 2004년 23.3%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 수준마저도 선진국이나 신흥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것이 60%, 주력제품의 수명이 성숙기나 쇠퇴기에 다다른 것이 49%에 달한다고 결과가 나왔다.
한국 경제를 살리는 것은 중소기업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실제 중소기업 4곳 중 1곳만이 10년 후에 살아남는다는 통계는 중소기업이 처한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방증하고도 남는다. 중소기업 사업 전환은 중소기업의 생존과 생명 연장을 판가름하는 시급한 처방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업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까. 기존의 사업 분야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변화를 끊임없이 도모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운명, 게다가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직면해서는 사업 전환이라는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사업 전환은 경쟁력을 잃어가는 업종이나 품목을 축소, 폐지, 또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업종이나 품목의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특히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사업 전환의 유형을 업종 전환, 업종 다각화, 품목 추가의 세 가지로 분류하여 전환 대상 업종의 비율이 전체 사업의 35% 이상인 제조업과 일부 서비스 업체에 대해 사업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업종 전환이란 업종을 폐지하고 완전히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업종 다각화와 품목 추가는 기존 업종은 그대로 두고 타업종 또는 동일 업종 내에서 품목을 추가하는 것을 이른다.

시기 _ 성숙기에 접어들면 사업전환 고려
아직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위안하다가는 사업 전환의 기회마저 잃어버리고 후회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이 언제부터 사업 전환을 고려해야 하는지는 해당 사업이나 제품의 수명과 해당 기업의 현 위치를 검토해 봄으로써 판단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진입기와 성장기를 거친 기업이 성숙기, 즉 쇠퇴기가 도래하기 전에 사업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성숙기에 다다르면 조직문화는 성숙하고 궤도에 올랐으나 기동성이 점차 떨어지고, 연구개발이나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도 초기보다 줄어든다. 반면 시장의 경쟁은 가속화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짐은 물론이다. 쇠퇴기에 접어들기 전이 조직 유연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기업의 명성이나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경영혁신을 동반한 사업 전환을 추진해야 할 때다.
또 다른 신호는 기업가치 분석이다. 기업가치는 EVA(경제적 부가가치 ; Economic Value Added)로 따져볼 수 있는데, 이 EVA율로 현 사업을 계속 육성할지 말지를 판단해 볼 수 있다. 매출원가와 매출액을 비교하고 매출액과 시설자금, 운전자금, 기타자산 등을 비교해 영업이익률과 투자자본 회전율을 산출한 후 시장금리 등 타인자본 비용과 기대 주가수익률 등 자기자본 비용을 계산해 나온 것이 EVA율이다. EVA율이 4%보다 높으면 현 사업을 유지하고, 4%보다 작고 0%보다 크면 한계사업을 개선하고 업종 다각화를 꾀하며, EVA율이 0%에 못 미치면 완전 철수하고 업종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 사업이 투자된 자본을 빼고 얼마나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보는 경제적인 근거이다.

전략과 진단 _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 점검해야
사업 전환을 추진하기 전에 준비 태세를 갖추었는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주먹구구로 달려들었다가는 사업 전환 추진 시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제조업,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우선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잠재 고객들에게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2단계로는 사업 전환의 취지와 관계 법령을 이해하고 경쟁제품이나 기술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시설, 거래처, 기술력, 유통망이 갖추어져 있는지도 꼼꼼하게 따져 대처하는 것이 선행된 후, 초기 투자액과 자금조달 문제까지 대비해 사업 타당성을 갖추고 나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업 전환을 자체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항목으로는 크게 외부 환경과 내부 역량의 강점을 두 축으로 놓고 평가해 볼 수 있다. 시장 규모, 시장 성장률, 경쟁 강도, 기술 수준, 환경적 영향, 관련 법과 정책 등으로 외부 환경의 대체적인 상황을 타진한다. 산업 수명 주기와 함께 외부 환경에서 중요하게 따져야 할 요소는 공급자(협력업체) 협상력, 구매자(고객) 협상력, 대체 제품, 신규 진입, 기존업체 경쟁의 다섯 가지다.
재무성과, 시장 점유율, 제품 품질, 브랜드 평판, 유통 네트워크, 생산 효율성, 단가, 관리 인력 등은 내부 역량에 들어간다. 각 평가 항목 중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에는 가중치를 두어 계산하여 해당 기업의 위치를 선정할 수 있다. 내부 역량과 외부 환경을 두루 살펴 수익성과 경쟁력을 산출할 수 있어야만 사업 전환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유의할 점 _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보완이 필요
사업 전환에는 유의할 사항이 있다. 성숙기에 사업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기존 사업이 신규 사업의 기반이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쇠퇴기에 접어든 기존 사업의 적자를 보전하는 데 신규 사업의 이익이 쓰인다면, 진정한 사업 전환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기존 사업 역시 수익성을 내면서, 국가의 지원책이나 새로운 역량은 신규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업 전체에 경영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기존 사업의 설비나 인력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신규 사업을 구상하는 것이 시간과 자본 양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위촉 지도기관인 D.N.B.C컨설팅이 사업 전환을 도운 (주)오성기전은 전략을 제대로 세워 품목 추가에 성공한 사례다. 기존 사업 품목인 모터를 활용하여 얼음 제조기라는 품목을 추가했다. 기존 사업의 기술을 비롯한 핵심역량과 연관된 사업을 발굴한 결과, 기존 사업도 수익성을 회복하고 신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었다. 박신동 사장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직원들을 독려하고 시장 확보, 설비 확충, 재무 관리에 나선 덕을 톡톡히 보았다.
사업계획에 따라 사업 전환에 뛰어들었을 때는 필요한 기술력을 중심으로 성공을 위해 필요한 역량과 조건을 설정해 고객의 요구를 새로운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신속하게 경영혁신이 추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평가와 보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 전환의 목표, 방법이 조직 내부에 공유되고 체화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인터뷰_ 중소기업진흥공단 위촉 지도기관 D.N.B.C. 전도홍 대표

기존 사업을 고려한 사업 전환이 돼야

전도홍 컨설턴트가 대표로 있는 디지털엔비씨는 중소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설립된 컨설팅 회사다. 전 대표는 삼화그룹, 동남정밀, 대동시스템, 국순당, LGIT, 오성기전, 성현케미컬, 성현프라이트 등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해오며, 기업 회생 컨설팅의 권위자로서 구조조정 성공사례를 이끌어 왔다.

Q.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사업 전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요?
A. 이제 막 태동 단계지요. 사업 전환을 업종 전환, 업종 추가, 품목 추가의 세 가지로 분류해 놓았으나 구체적인 시행 프로그램은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은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기술혁신을 담당하며, 지역 경제발전과 경제 민주화에 이바지하는 국민경제의 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투명한 앞날을 볼 때 중소기업의 자본집약도를 높여 비교우위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업 전환을 통해 혁신주도형 중소기업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합니다.

Q. 사업 전환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A. 컨설팅을 하면서 여러 중소기업이 회생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만, 여러분이 많이 알고 있는 대기업 LG를 예로 들어 볼까요. LG는 플라스틱 사출과 연관해 당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전화기를 만들게 됐고, 전화기를 통해 전기 구조와 기계 메커니즘과 관련한 역량을 갖추게 됐고,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결국 정보통신 사업까지 나아가게 됐어요. 오래된 대기업의 궤적만 보아도 갑자기 돌연변이처럼 사업 전환을 한 사례는 찾기가 힘듭니다. 기존 사업의 설비, 인적 역량, 영업망 등을 고려해 사업 전환을 고민하는 것이 성공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사업 전환 지원사업에 대해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A. 사업 전환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세부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들에게 성원을 보냅니다. 사업 전환이 반드시 성공하여 중소기업이 발전하고 국가 경제에 이비지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제 오랜 경험이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